복잡하고 삭막한 도시 속에서도 자연과 연결된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도시형 자급자족 생활의 한 방식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베란다 닭 키우기’다.
아파트 한 켠, 작은 베란다 공간에서 알을 낳는 닭을 키우는 삶은 단순한 애완동물 기르기를 넘어선 특별한 라이프스타일이다.
비좁은 도시 공간에서 닭을 키운다는 것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환경, 자급자족, 생명 존중, 그리고 일상의 리듬을 바꾸는 실천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베란다 닭 키우기를 통해 느낀 변화와 실제적인 시행착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만든 장비와 환경 구성 방법, 마지막으로 도시 생활과의 조화를 이룬 노하우를 상세히 공유한다.
1. 닭을 키우기로 결심한 이유 – 자급자족과 정서적 만족감
닭을 키운다는 것은 대부분의 도시인에게 비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유정란을 직접 얻으며, 아이들에게 생명교육을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자급자족'과 '로컬 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실내 텃밭과 함께 베란다 가축 사육이라는 콘셉트가 조금씩 실현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시작은 단순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본 ‘닭과 함께 사는 사람들’ 영상 한 편.
좁은 공간에서 놀라울 정도로 깨끗하고 조용하게 닭을 키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집에서도 가능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게다가 하루 한 알씩 직접 수확한 유정란을 먹을 수 있다는 매력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처음 가족들에게 닭을 키우겠다고 말했을 때는 당연히 걱정부터 돌아왔다.
냄새, 소음, 털, 위생 문제 등이 주된 우려였지만, 정리된 정보와 실제 사례들을 공유하며 하나씩 오해를 풀어나갔다.
결국, 가족회의 끝에 "일단 1개월 실험"이라는 조건부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2. 베란다에서 닭을 키우기 위한 환경 구성과 장비 준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닭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닭은 기본적으로 따뜻하고 건조한 환경을 좋아한다.
또한 배설물이 많기 때문에 통풍과 청소가 용이한 구조가 필요했다.
베란다 크기는 약 2평 정도였고, 한 쪽 구석을 닭장을 위한 구역으로 배정했다.
시중에는 미니 닭장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도 많았지만, 나는 DIY 키트를 구입해 직접 조립하는 방식을 택했다.
바닥은 이동식 방수 매트로 깔고, 그 위에 톱밥을 도포하여 냄새를 흡수하고 바닥 청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닭장은 바퀴가 달린 구조로 제작해 청소가 편하도록 설계했고, 위쪽은 투명 아크릴 판으로 덮어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게 했다.
닭은 기본적으로 군생동물이기 때문에 혼자 두기보다는 2~3마리를 함께 키우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나는 조용하고 온순한 성격의 실크계 닭 2마리를 분양받았다.
이 종은 비교적 소음이 적고, 체형이 작아 아파트 사육에 적합하다고 평가받는다.
사료통, 물통, 모이용 통은 공간 절약형으로 벽에 걸 수 있도록 했고, 온도와 습도 조절을 위해 작은 팬과 난방패드를 설치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루 한 번 이상 환기를 시키는 일이다.
매일 아침 20분 정도 베란다 창을 열어주는 루틴을 통해 닭과 인간 모두에게 상쾌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다.
3. 베란다 닭 키우기의 현실 – 시행착오와 극복 노하우
닭을 키운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섬세한 작업이었다.
특히 초반에는 냄새와 위생 문제가 걱정대로 다가왔다.
닭이 배설한 분변은 하루만 지나도 악취를 발생시킬 수 있었고, 특히 여름철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는 관리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시스템’의 문제였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2번 분변을 제거하고 톱밥을 교체해주는 루틴을 만들자 문제가 크게 줄었다.
냄새의 80%는 청소 주기에 달려있었다.
또한 베란다에 활성탄 공기정화기를 두고, 방향제를 두지 않고 천연 베이킹소다를 바닥에 뿌려 냄새를 완화했다.
또 하나의 도전은 소음이었다.
닭은 새벽에 울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내가 키운 실크계 닭은 아예 울지 않거나 매우 작게 소리를 냈다.
추위를 타는 성향도 있어 겨울철엔 특히 난방 관리를 신경 써야 했고, 온도 유지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산란 주기도 영향을 받았다.
한 달이 지나자 닭은 매일같이 알을 낳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매일 아침 “오늘 알 나왔어?”라며 닭장 옆을 먼저 확인하는 루틴을 갖게 되었다.
직접 키운 닭의 알은 생각보다 작고, 껍질이 단단하며 노른자가 진했다.
무엇보다 “이 알은 우리가 키운 닭이 낳았어”라는 감정이 주는 충만함은 시중 유정란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4. 도시 생활과 조화롭게 공존하기 – 닭과의 삶을 지속하기 위한 조건
베란다에서 닭을 키운다는 것은 도시 속에서 자연을 경험하고 자급자족을 실현하는 방식이자
가족에게 생명과 먹거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심어주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 생활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가족의 이해와 협조다.
닭을 키우는 건 단순한 개인의 취미가 아니라 생활의 일부이므로, 청소, 사료 공급, 건강 관리 등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둘째는 이웃과의 소통이다.
혹시 모를 소음이나 냄새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웃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알을 나누거나 닭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는 대화의 통로를 여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는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다.
닭을 단순히 알 낳는 존재로 보지 않고, 생명 그 자체로 존중하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
매일 닭의 상태를 관찰하고, 계절에 따라 환경을 조절해주며, 닭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돌보는 섬세한 감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닭을 키우는 공간은 ‘정해진 장소’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시스템’이어야 한다.
환경을 주기적으로 바꾸고, 비위생적 상황이 생기기 전에 미리 조치할 수 있는 루틴이 갖춰질 때
비로소 도심 속 미니 팜은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정리하며
아파트 베란다에서 닭을 키우는 삶은 누군가에게는 엉뚱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도전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도시 한가운데서 자연을 품고 살아가는 한 방법이자
소비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자급과 생명 중심의 라이프스타일로 전환하는 의미 있는 실천이다.
닭이 주는 달걀 한 알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다.
그 안에는 시간과 정성, 관심과 책임, 그리고 도시 속 작은 자연이 깃들어 있다.
당신도 가능하다. 단, 준비된 태도와 꾸준한 실천이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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